이 글들은 My Favorite Things란 이름의 내 옛 블로그에서 가져온 것이다. 가볍게 지난날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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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블로그를 시작하며
2011년이 다 끝나가는 이 시점에 다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다. 과연 이 블로그의 수명은 얼마나 될 것인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예전처럼 초반에 오버하다가 금세 지치는 그런 일은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다. 이번만큼은 블로그의 글들로 완결된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다.
2011/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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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글을 올린 날이 크리스마스라니! 아마 당시 난 어느정도 좌절에 빠져 있었을 거다. 흐지부지 끝나버린 인연, 그 안에서 상처 받은 기억으로 말이다. 내 나름은 노력한 것이었는데, 그걸 그런 식으로 비뚤게,고깝게 보고 있을 줄은 몰랐다. 내 컴플렉스를 사납게 찌르던 말들. 내가 귀찮게 했고 자초한 것이니 후회는 없다. 난 지금보다 용기가 없었고, 상처에 더 취약했다. 아무튼 블로그는 공개된 일기장. 보고 싶지 않아도 우연히 보게 되는 일은 그리, 아니 전혀 반갑지 않다!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지만(맞다. 그때가 내가 처음 스마트폰 넥서스s를 산 지 얼마 안 됐을 시기니), 그 전날 나는 코엑스의 한 퍼즐 몰에 가서 천 조각 짜리 게르니카 퍼즐을 사왔다. 그 때 하필 게르니카에 마음이 갔을까. 그만큼 황폐했던 걸까. 온갖 잡념을 조각난 그림을 맞추며 날리려고 했던 듯하다. 그치만 이브날 코엑스의 분위기란... 내가 얼마나 무모한지만 깨닫고 왔던 기억. 그 퍼즐은 아마 3일 정도 고생을 해서 다 맞췄던 것 같다.
블로그를 만들었던 이유도 그런 복잡한 마음을 정리해 보려고 했던 거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2012년 중순 쯤에 글이 끊겼으니. 이번 블로그만은 그렇게 끝내지 않겠다는 (부질 없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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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요즘들어
나의 부족한 점과 어두운 면이 계속 나를 건드린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안 좋았던 것들 모두 내 성격적 특질 때문이다. 기분이 좋을때는 얼마든지 나는 변할 수 있다고 스스로 다독이곤 하지만 그 반대일 때는 영원히 내가 변하지 못하고 이대로 갇혀 있을 것 같다는 불길함에 마음이 복잡하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사람들을 만나도 감흥도 없고 대화도 겉돌고 시간만 허공에다 버리고 있는 느낌이다. 더 늦기 전에 이 모든 꼬인 것들을 정리해야 하는데...
2011/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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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꼬인 거라고 생각했는데, 원래 그런 것이었다. 내가 앞으로 겪을 일들도 굵은 밧줄처럼 시원하게 펴져 있을리는 없다. 얇은 실타래들이 이리저리 꼬여 있겠지. '내 부족한 점이 나를 괴롭히는' 일은 앞으로도 쭉 반복될 테다. 그때 극심한 고저의 반복이라고 생각했던게 알고 보니 생각보다 좁은 범위에서 위아래 번갈아 움직였을 뿐이었다. 어찌보면 지금 더 무심해진 거다. 그리고 그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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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천천히 확실하게
James Booker의 Slowly but surely라는 곡이 있다. 제목이 참 공감된다. 천천히 그렇지만 확실하게 이루어 내고야 만다는 것이. 내 블로그도 그렇게 채워 가고 싶다. 처음에는 온갖 화려한 블로그들 처럼 이것 저것 꾸미고 댓글도 많이 달리는 그런 걸 꿈꿨지만 이제는 이 작은 블로그안에 내 생각을 확실하게 쌓아올려가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든다. 아직도 디자인도 글도 보잘 것 없지만 한 달 뒤, 6개월 뒤, 1년 뒤에는 또 다를 것이다.
내 인생도 그렇게 가고 싶다. 지금의 내 모습이 굳어지는데도 20여 년의 세월이 걸렸는데 그걸 한 숨에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면 정말 오만하다. 한 걸음씩, 한 계단식 올라갈 것이다. 지금 당장의 조마한 마음과 불안함은 당연한 것이다. 흔들리지 말고 계속가는 것 그게 나의 목표다.
2011/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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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좀 충격. 제임스 부커를 처음 들은 게 마냥 2012년 말 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보다 훨씬 일찍이었구나. 생각해보니 라산 패터슨의 와인 앤 스피릿을 처음 들은게 2011년 중순이고, 제임스 부커는 그보다 훨씬 일찍 들었으니...
하긴 내게 200만 원의 장학금을 줬던 그 @@@포럼의 행사에 참여했던 날, 그 무더운 여름날. 라산 패터슨을 막 듣기 시작할 때였다. 그 장학금, 졸업만 하면 바로 갚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다. 어쨌든 나중에 꼭.
Slowly but surely란 글귀는 여전히 내 모토다. 실제로 내 나이가 어느정도 늦은 것도 있고, 스스로 한 방에 무엇을 터뜨릴 만한 타입이 아니라는 걸 잘 안다. 앞으로도 천천히 조금씩 나아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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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세상은 불공평하다
오늘 특히 저 문장이 가슴에 박힌다. 민주화를 위해서 온갖 고문과 탄압을 견뎌낸 사람은 그 후유증으로 아직도 한창인 나이에 돌아가셨는데, 그를 모질게 고문한 인간(의 탈을 쓴 쓰레기)은 목사가 되어서 스스로 죄를 다 용서받았다고 떠들고 다닌다.
정말 영화 밀양에서 본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어떻게 인간이 그렇게 뻔뻔하고 징그러울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 평생 속죄를 하고 조용히 지내도 모자랄 판에 두꺼운 낯짝으로 이제는 자신이 고문한적이 거의 없다고 떠들다니.
정말 답답하고 짜증나는 일이다. 가시는 분에게 어떤 음악이 좋을지 고민하다가 찰스 밍거스의 Goodbye Porkpie hat이 생각난다. 좋은 곳으로 가시길 빈다.
201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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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전 의원의 장례식에 갖다 오고 쓴 글이었다. 아니군! 돌아가신 당일에 쓴 글이다. 며칠 뒤에 장례식에 갔다. 장례식에 가면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야틈한 말로 누군가를 위로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서. 그날 김근태 의원의 자녀 분과 말없이 손을 잡고 인사를 하고 나왔다. 아무튼 훌륭한 아버지를 두신 분이다. 부럽기도 했다. 내가 앞으로 얼마나 윤리적이고 바른 삶을 살지는 모르지만, 이런 분을 본보기로 삼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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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부딪히지 않으면 잃는 것이 없다
하지만 절대 새로운 것을 얻을 수도 없다. 깨질 때 깨지더라도 부딪혀봐야 한다.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밥 말리의 Comin' in from the cold의 가사처럼 아무리 대단한 사람도 태어날 땐 작은 아기에 불과했다. 난 아직도 부딪히고 겪어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다. 그래서 더 이상 웅크리고 있을 수 없다.
2012/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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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꾸준함
무엇이든 꾸준히 하는게 어렵다. 어찌어찌하여 작심삼일은 넘겼건만 글쓰는 것이 점점 뜸해진다.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에는 오만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막상 몇 번 글을 쓰고 나니 또 무엇을 써야할지 감이 잘 안 온다.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쓰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억지로 글을 쓸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무언가 채워나가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게 자꾸 생긴다.
201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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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민도 언제나 계속되겠지. 부담없이 쓰고 싶은대로 쓸 거다. 확실히 이번엔 블로그 두개를 동시에 하는데도 예전보다 글 쓸 힘이 더 난다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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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일주일여만의 글
일주일을 좀 정신없이 보냈다. 그동안 블로그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래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이곳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라기보다도 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곳이니까. 그저 차곡차곡 쌓아나가려고 한다.
어떻게 하면 내 생각을 더 간결하고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을까가 요즘의 고민이다. 역시 많이 써보는 것 말고는 방법이 크게 없는 것 같다.
요즘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시작했다. 과연 그게 그 사람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될지 나는 잘 모르겠다. 솔직히 약간 부담스럽기도 하고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내 자신감이 모자란 것이 그 이유일지도 모른다. 어쨌건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해 나갈 것이다. 그게 그 사람에게도 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201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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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당시에 고민이 많았지만 열심히 살았구나 싶다. 당시 내가 했던 일이 그에게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 그는 즐겁게 잘 사는 것 같다. 지나치는 인연이었더라도, 작은 도움을 줄 수 있었던건 기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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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어느덧 2월
블로그를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거의 2주일 넘게 아무 글도 쓰지 않았다. 아 역시 나는 꾸준하지 못한게 문제다. 블로그에 쓰고 싶은 내용은 참 많은데 정리도 잘 안 된다. 막상 지금도 시간이 나서 글을 쓰려고 하니 떠오르는게 없다. 미리미리 생각을 정리해서 어딘가 적어놨다가 옮기는 방법을 이용해 봐야 겠다.
2012/02/0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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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메모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는 요즘이다. 원래 기억력도 좋지 않지만, 요샌 더 잘 잊어버린다. 기막힌 표현이라고 속으로 감탄했는데, 다시 기억하려고 보니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닥치는 대로 적어놔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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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역시 꾸준하기는 어렵다
오랜만에 생각나서 찾아본 블로그. 벌써 한 달이 넘게 글을 안 썼다. 시작할 때 일주일에 하나라도 꾸준히 글을 쓰자고 마음먹었는데 역시 지키기 쉽지 않다.
내가 원래 이렇게 타고난 인간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왕 생각 난 김에 글 몇개 써야 겠다. 2012/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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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이 운명을 벗어날 것이다. 아니 조금 빗겨갈 것이다.전반적으로 내 생각의 틀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래봐야 3년 조금 안 된 글들이니. 중간에 곡절도 있었지만 지금 나는 그때보다 조금 강해지고 평온해진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그러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