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리는 골칫덩어리다. 괴수 영화 Tremor의 우리나라 제목이 불가사리로 번역된 것을 보면, 사람들의 혐오감을 쉬이 짐작할 수 있다. 현실에서도 불가사리는 해로운 동물로 분류된다. 어자원을 갈취하는 불량배같은 생물이다. 어민들의 시름을 불러오는 원흉이다.

 

어떤이들은 이 바다 포식자를 식재료로 삼는다. 불가사리 요리를 맛 본 웬만한 이들은 하나같이 손사레를 친다. 불가사리의 맛은 형편없다. 누구든 이 음식을 좋아한다면 당신은 의아의 눈초리를 보낼지 모른다. 그는 미각이 이상하거나 독특한 취향의 소유자다. 이상한 놈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불가사리가 얼마나 골칫덩어리인지 떠올려보라. 그리고 불가사리 애호가가 그 골칫덩어리를 처치한다는 것을 명심하라. 그는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다. 오히려 암적인 것들을 없애주는 고마운 존재다. 그러니 그 이상한 시선을 거두라. 좀 더 마음을 자유롭게 한다면 이해할 수 있다. 그가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불가사리 요리와 함께 즐기도록 내버려두라.

 

그리고 혐오해 마지않던 불가사리 중에서 실제로 위혐적인 종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대다수는 해양의 청소부라는 것을 알게되면 당신의 생각은 다시 한 번 바뀔 것이다. 게다가 위협적인 극소수의 불가사리마저 해양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되면, 더 이상 불가사리는 예전의 그것이 아니다.

 

작은 호의를 품어 보길 빈다. 기회를 주는 것이다. 함께 존재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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