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이란 게 있을까. 그런 건 헛소리라고 치부하고 살았는데. 그를 다시봤을 땐 정말 기뻤다. 내가 물론 그런 티를 은근히, 아니 꽤 풍기긴 했지만. 그리고 그가 직접 연락해 준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 두마디라도 옆에서 거들지 않았을지 기대도 했고. 그 뒷이야기는 아무것도 모른다.
나는 그가 화나 있지 않았을까 걱정했고, 인사를 하고 나서도 표정을 유심히, 몰래 부지런히 살폈다. 다행히 말과 표정에서 아무렇지 않다고 내멋대로 읽어내긴 했지만. 그렇지만 다시 보는 것만으로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난 그 모임을 내 앞날 고민 때문에 그만 뒀고. 앞날 걱정 때문에 다시 들어갔다. 내게 가장 절실한 건 역시 다른 데 있다.
여전히 순간순간 그 사람이 걸리는 걸 어찌할 수 없다. 그 역시 나 못지 않게 앞날 고민이 많아 보이는 사람이다. 고민의 향방에 따라 우리의 만남도 곧 어긋나겠지. 그런데 계속 무언가 긍정적인 그림을 마음속으로 그리고 있다. 모르겠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숙명일까. 아직 아무것도 아닌 가는 끈에 왜이리 신경쓰고 있을까.
먼저 도착한 테이블에서 그와의 짧은 대화는 재밌었다. 난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 모습 보기 좋았어,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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