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도서관 간 길

서울 도서관 구경

잡식하마 2014. 8. 4. 18:06

중랑구립도서관과 동대문도서관, 내가 가장 자주 방문하는 도서관이다. 두 곳 중 동대문에 더 자주 간 듯하다. 종로 방면으로 가는 길에 있다보니 오가며 자주 들른다. 중랑도서관이야 뭐 집 근처니. 그리고 정독도서관과 서울도서관도 위 두 도서관 만큼은 아니지만 가끔 가는 편이다. 왜 이리 자주 도서관에 가냐고? 내겐 책 허영이 있다. 어렸을 때, 시내에서 제일 큰 교보문고에 가면 괜히 배가 불렀다. 대학 때 처음 중도에 가서 '이런게 진짜 도서관이구나'했던 기뻐했던 기억도 있다. 그러나 책을 사는 건 부담깨나 가는 일. 그래서 어려서부터 빌려보는 게 습관이 됐다.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아니 페이지조차 채 넘기지 못하더라도 일단 보고 싶은 책은 빌리고 본다. 그래서 책은 끊이지 않게 빌리는 편이다.


책은 왜 읽을까? 책은 재밌다. 왜 재밌냐면 내가 무식하기 때문이다. 부족한 지식이 채워지는 건 즐거운 일이다. 더구나 직접 경험보다 말도 안 되게 싸게 내 걸로 만들 수 있다. 안 그래도 비용 대비 효율 이 좋은 책을, 더 싸게 읽으려고 빌려 보는 것이다. 물론 도서관 찾아다니는 시간도 다 비용이지만, 난 시간이 넉넉한 백수니까. 오가는 동안에도 책을 보면 되기에 그리 시간 낭비는 아니다.


대학에 들어가고 군대에 갔다 와서 복학을 하기 전까진 두 군데의 도서관만 다녔다. 학교도서관과 구립도서관. 1학년 때까진 학교 교재를 곧대로 사서 봤다. 복학을 하고 나선 책 사는 것도 상당히 부담됐다. 그러나보니 자연히 서울시내의 여러 도서관을 돌아다니게 됐다. 즉 확실한 건, 내게 무슨 낭만이 있어 도서관 구경을 시작한 게 아니란 말이다. 책 읽는 사람들의 온기를 느낀다든가 책 향기를 맡으며 생각에 잠기는 일 따위는 없다. 보통 오래된 도서관 책에선 새 책의 빳빳한 잉크 냄새가 안 난다. 눅눅한 곰팡이 냄새를 맡는 일이 많다. 그런 걸 감내할 정도로 실용성이 더 중요하다.


비용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난 서울 시내의 여러 도서관을 순회했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익숙해져 이젠 괜히 먼 곳의 도서관도 찾아다니게 됐다. 서울 시립도서관 중엔 남산, 도봉, 용산, 양천, 송파, 종로, 개포 도서관, 노원평생학습관 등에 갔다. 구립도서관은 중랑도서관과 그 부속도서관인 면목도서관, 관악도서관에 가봤다. 구리시의 교문 도서관에도 두어번 간 적이 있다. 예전에 대전에 잠깐 있을땐 엑스포 과학공원 옆에 있는 유성도서관도 가끔씩 갔다. 


이러다 보니 괜히 도서관 욕심이 생겼다.  때는 전국도서관을 다 가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건 너무 무모하다. 일단 내 목표는 서울의 시립도서관부터 '클리어'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기록으로 남길 것이다. 별 의미 없는 일이지만, 그 나름의 재미가 있다. 비슷해 보이는 도서관들도 공기가 조금씩 다르다. 정말 말그대로 공기부터 다르다. 수십년 된 건물을 그대로 쓰는 곳(정독)에선 쾌쾌한 곰팡이 냄새가 난다. 위치가 다르니 풍경도 다르다. 정독도서관은 건물은 쾌쾌하지만, 정문에서 걸어오는 산책로는 상당히 상쾌하고 시원한 느낌을 준다.


어쨌든 내 목표는 내 멋대로 느낀 걸 쓰는 것.